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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베를린 특파원으로 재직했던 손관승 전직 기자의 글과 사진으로 <괴테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 책을 빌렸을 때 과연 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책에 레겐스부르크 챕터가 있어서 레겐스부르크 쪽 여행기만 잠깐 읽어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레겐스부르크 편 이야기는 한국 회사 생활에 대하여 회상하는 이야기가 주로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문화대조랄까. 혼자 식사하는 독일인 직장인 모습과, 함께 식사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국판 회식 풍경의 대조가 두드러졌다. 어떻게 보면 차가운 북방 나라의 풍습과 인간적 남방 나라의 풍습같은 것들. 거기서부터 메마른 독일을 탈출하여 따뜻한 이탈리아로 향하는 괴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사실 책은 작가가 여행을 시작한 계기를 담고 있을 프롤로그와 괴테의 생가가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시작해, 그가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온 칼스바트(알고 보니 체코의 온천 마을이자 베토벤의 사연으로도 유명한 카를로비바리의 독일식 이름)에서 이탈리아 기행이 시작된다. 칼스바트에서 체코-독일 국경을 건너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전에 나오는 첫 도시가 레겐스부르크이다.  괴테가 들렀던 도시들을 중심으로 저자도 렌터카를 타고 로드여행을 한다. 그리고 도시를 여행하며 정돈된 글씨로 지출입까지 상세하게 기록하여 쓴 괴테의 일기와 그 도시들에서 쓴 저서를 통해 이 도시에서 괴테가 받은 인상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저자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그 에피소드 사이사이로 자신의 일 에서 도망친 괴테처럼 저자 자신도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기 위해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감행한 여행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는 동시에 여행지에서 새로이 발견한 기쁨과 경험, 깨달음등을 토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가 아니었으면 접하기 어려웠을 괴테를 친숙하게 느끼게 해 주고 그에 대한 궁금증을 불어일으키는 점이 참 좋다. 이 책이 지닌 이런 강점 때문에 이 리뷰의 첫 문장이 저렇게 시작된 것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빌렸을 때는 거의 읽지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있어서. 토스카나 지방에서의 일화가 새로운 부활의 면면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서양판 손자병법인 <군주론>의 저자로, 공직에서 억울하게 물러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분노를 되씹으며 와인으로 유명한 키안티 지방의 작은 마을에 은거하고 있던 마키아벨리의 소심한(쫄아든) 모습 도 재발견하게 되고,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프랜시스의 마지막 대사를 소개하며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행운은 찾아오는 법이다 를 읽으면서는 그것이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의 씨앗을 보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자신의 르네상스를 발견하고 다짐하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여행서적에서는 단골처럼 등장하는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불어일으키는 상징에 비추어 묘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괴테가 생전 그 관계를 비밀로 한 여성과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로마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관능적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로마에서 그 상징을 발견하게 되는 성 과 속 의 대비를 이 책에서 보는 것이 좋았다. 테베레 강을 사이에 끼고 나누어진 바티칸 공국과 고대 로마의 이야기였다. 고대 로마는 나폴리와 폼페이의 운명을 가르는 베수비오 화산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그 고대도시의 흔적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산산조각난 조각 폐허가 가슴에 자리잡는 기분이었다. 나폴리는 그 다음 행선지이자 시스템이 잘 발달한 북부도시 볼로냐와 대비되어 남부 도시의 푸근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새벽 3시, 아무도 모르게 칼스바트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테니까.... 200년 전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독일 연방의 작은 나라인 바이마르 공국에 초빙되어 궁정의 주요 정치,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점점 창조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가는 것을 자각하며 뭔가 특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그는 집을 떠나와 장장 1년 8개월간의 대장정에 오르게 되는데, 그로 인해 탄생한 책이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다. 그 책의 첫 문장이 위와 같다.저자 손관승 역시 오랜 기간 MBC 기자와 특파원을 지냈고, iMBC 사장을 지내면서 누구보다 긴장과 격무, 피곤에 지쳐 있었다.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다 싶을 무렵 그는 영원할 것 같았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게 되었고, 익숙했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타자(他者)가 되어버린 당혹감 앞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저자는 젊은 시절 읽었던 한 권의 책의 기억을 떠올리고, 알 수 없는 강렬한 유혹에 이끌려 장장 7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 200년 전 괴테가 떠났던 그 낯설고 고독한 여행길에서 그는 민낯 그대로의 자신을 만나게 되고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제 2의 인생의 로드맵을 찾아 떠난 7천 킬로미터의 기록은 이제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이란 책으로 탄생하였고, 기로에 서 있는 많은 이들과 그 경험과 소회를 나누고자 한다.

- 서문_ 남들이 정해놓은 코스를 벗어나 내 마음속 지도를 따라 길을 떠나보세요
- 너는 옛날에 미쳤거나 아니면 지금 미쳐있다_ 고도 9,000m 상공에서
- Less is More_ 프랑크푸르트 공항
- 아버지의 가장 큰 선물_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 괴테하우스
- 새벽 3시, 아무도 모르게 칼스바트를 빠져나왔다_ 체코 카르로비 바리
- 혼자 먹는 밥, 홀로 떠나는 여행_ 레겐스부르크
- 보헤미안의 눈물 젖은 빵_ 뮌헨
- 유목민처럼 살고 싶은 그대에게_ 오스트리아 알프스
- 올라가면서 강해지고 내려가면서 현명해진다_ 알프스 산맥 넘기
- 에스프레소와 이탈리아노_ 이탈리아 쥐드 티롤
- 쇼 윈도우 행복, 쇼 윈도우 인생_ 가르다 호수 지방
- 너만의 색깔, 너만의 매력을 내게 보여다오_ 베로나 & 비첸차
- 고독이 또 다른 고독에게 보내는 노래_ 베네치아
- 올리브 같은 인생_ 아펜니노 산맥 넘기
-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행운은 찾아오는 법이다_ 토스카나 ‘키안티 가도’
- 마키아벨리 책상 위의 뜨거운 눈물 자국_ 산탄드레아 인 페르쿠시나, [마키아벨리의 집]
- 남들이 정한 코스를 쫓지 말고 당신의 꿈을 쫓아 가세요!_ 피렌체
- 길은 결코 하나가 아닙니다_ 피렌체-로마 고속도로
- 그들은 북위 40도에서 함께 글을 쓰고 있었다_ 연암 박지원과 괴테
- 서른 살의 로마, 서른 살의 베를린_ 로마 포폴로 광장
- 진짜 친구 가짜 친구_ 카사 디 괴테
- 관능의 도시 로마, 관능의 여인 파우스티나_ 코르소 거리
- 집시를 만나다_ 로마 지하철
- 완전히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도시 로마_ 로마
- 카페 그레코와 난다랑(蘭茶廊)_ 카페 그레코
-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_ 바티칸 & 시스티나 성당
- 우리는 모두 검투사_ 콜로세움과 팔라티노 언덕
- 아우렐리우스에게서 배우는 인생 2막_ 카피톨리니 박물관
- 오벨리스크, 혹은 두 얼굴의 로마_ 로마
-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 많은 준비를 한다_ 로마
- 나폴리를 보고 죽자_ 나폴리 구시가지
- 베수비오 화산은 말없이 웃고 있었다_ 나폴리 ‘카스텔 산텔모’
- 나는 나폴리에서 인생의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_ 나폴리 & 고속도로
- 볼로냐가 아니라 본론이야_ 볼로냐
- 알프스의 오디세우스_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 라인 강에서 만난 또 다른 기적_ 독일 뤼데스하임
- 굿 리더십, 굿 팔로워십_ 바이마르
- 부활의 도시에서 듣는 ‘인생은 G 장조’_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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