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있는 나를 그대로 사랑하는, 신체 긍정 운동가 제스 베이커의 유쾌한 이야기외모 권력에 매달리는 여자에게,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는 책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제스 베이커. 웨일 북.체중계에 올랐다. 78KG. 기겁해서 체중계를 다시 확인했다. 체중계는 요지부동. 마지막 시험이라는 압박감을 먹는 걸로 풀었더니, 체중계는 내게 매우 무시무시한 수치를 고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내가 남편보다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건강에 좋지 않으니 조금은 움직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다이어트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너무 과하게 먹는 건 삼가려고 노력하지만, 먹은 음식 하나하나를 기록하며 일일이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살쪄서 좋다는 건 아니다. 웨딩드레스 고를 때 조금 고생했다. 스튜디오 사진 찍을 때, 너무 뚱뚱하게 나온 사진은 몇 장 포기했다. 살만 빼면 마음에 든 사진인데! 임신하면 내 무게와 아기 무게에 짓눌려 허리가 박살나는 건 아닐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지만 깊이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귀찮다. 나라는 인간은, 외모에 크게 관심이 없다. 출근 한 달도 되지 않아, 귀찮다는 이유로 화장을 관뒀다. 브래지어도 귀찮으면 안 한다. 남편이 브래지어 정도는 하라기에, 내 가슴은 납작해서, 안 해도 티 안 난다고 해주었다. 머리 쇼트커트하고 조금 두꺼운 옷 입으면, 여자인지도 모를 거야. 젠장. 남편이 타인 보기에 부끄럽지 않느냐는 말에. 내 외모에 관심을 갖는 건 너 하나뿐이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타인 외모를 품평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내가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외모 관리. 그것 쉬운 일 아니다. 먹고 싶은 것 제한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피부 관리에 몇 시간 투자하고.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도 못한다. 그 일에 보람이라도 느끼면 또 다르겠지만. 내게는 시간 낭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단순히 타인을 위해, 그 무가치한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내가 뚱뚱하든 말든, 화장하든 말든, 브래지어하든 말든 날 사랑해주는 남자 있잖은가. 남편 취향이 유난히 독특한 게 아니라면, 그 외에도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 있겠지. 외모로밖에 사람을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 마음에 들기 위해 내 시간 낭비해가며 노력하고 싶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귀찮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외모 지상주의에 물들지 않은 건 아니다.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기겁하며 도망간다. 정 사진을 찍어야 하면,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도저도 안 되면 뒷모습만 찍는다. 앞모습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을 때가 있다. 그것도 외모 비판에 속하는 말을. 고로. 이중적이라면 이중적일 수 있는 내 태도를 조금은 반성하며 읽은 책이다.뚱뚱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참 다양하게 해주는 책이다. 매스미디어에서 만들어낸 환상에 함몰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계속되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이 몸을 더 망친다. 지금 네 몸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뚱뚱하다고 예쁜 옷을 못 입는 건 아니다. 예쁜 옷을 만들어내지 않는 의류업계가 문제이지. 전형적인 외모를 만들어내고, 그 외모에 부합되지 못하는 사람을 내쳐내는. ‘정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그 이데올로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그리고 ‘정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외로해주는 책.이 책이 정말 원하는 독자는, 외모 콤플렉스에 매일같이 다이어트를 하며, 나는 이대로 안 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일 테지만. 가끔은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그렇다고 해서 더 찌겠다는 건 아니지만. 더 찌면 굴러간다. 그건 좀 슬프다. 데헷. 당신이 외모 때문에 지금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다면. 자신에 대한 환멸로 우울해한다면 이 책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뚱뚱해도 되고 못생겨도 된다. 봐봐. 나도 취직했고 연애도 했고 혼인도 했잖아.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당신을 더 긍정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매혹적이다. 바로 이 몸무게로. 그만 두리번거려라. 당신 얘기니까.
뚱뚱함을 게으름으로, 살을 불행으로 착각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마음 처방전
미국 의류브랜드 애버크롬비&피치와 맞짱 뜬 작가 제스 베이커의 신랄하고 통쾌한 몸 이야기

전 세계에서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4퍼센트. 96퍼센트의 여성이 원하는 예쁘고 날씬한 ‘완벽한’ 몸을 타고난 여성은 5퍼센트다. 치맥을 포기한 어제, 죽어라 러닝머신 위를 달린 오늘이 지나도 상위 5퍼센트의 몸을 가진 내일은 오지 않는다. 우리는 55사이즈 재킷을 걸치고 27사이즈 청바지를 입으면서 ‘내 몸은 너무 뚱뚱하다’고 중얼거린다. 까만 티셔츠를 입고, 압박 타이즈를 신으면 내 몸은 전보다 아름다워질까? ‘살 빼고 나면’ 다음으로 유예시켰던 행복은 진짜 살을 빼면 찾아올까?

아니, 다 집어치워라. 나는 뚱뚱하다. 진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저자 제스 베이커는 탄탄한 몸매의 모델들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애버크롬비&피치Abercrombie&Fitch CEO의 몸매차별적인 발언과 여성 XL사이즈 제작 거부에 맞서 파격적인 화보 캠페인을 벌인, ‘뚱뚱한 여자’다. 저자는 ‘뚱뚱하다’는 말을 수없이 내뱉으며 몸에 대한 혐오, 몸매에 대한 잘못된 ‘숭배’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서슴없이 파헤친다. 뚱뚱한 여자에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우리 몸’에 대한 유쾌 통쾌한 직설을 담았다.

추천의 말 - ‘거울 속 나’를 지우는 너에게
저자의 말 - 안녕하세요, 뚱뚱합니다
Chapter 1 몸은 ‘나’를 담는 숭고한 집
Chapter 2 그냥 ‘지금’ 해, 살 뺀 다음 말고
Guest Essay 113kg으로 누리는 삶에 대하여

Chapter 3 도대체 언제부터 네 몸을 미워한 거야 ?
Guest Essay 뚱뚱하고‘ 심지어’ 검은 몸에 대하여

Chapter 4 행복을 새치기한 자, 악플의 무게를 견뎌라
Guest Essay 너 살쪘구나! 라는 말에 대하여

Chapter 5 몸무게에 관한 의사들의 헛소리를 검토해보자
Guest Essay 훌륭한 의사를 고르는 법에 대하여

Chapter 6 마음껏 셀피를 찍어라, 잔뜩 찍어라
Chapter 7 미디어 편식은 케이크보다 위험하다
Guest Essay ‘ 불구’의 사랑에 대하여

Chapter 8 누구나, 이유도 없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Guest Essay ‘우리끼리’ 혐오하는 비극에 대하여

Chapter 9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봤다 는 기묘한 칭찬
Guest Essay 가슴 달린 남자다움에 대하여

Chapter 10 소름끼치게 두려워했던 옷을 입어라
Guest Essay 뚱뚱하고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에 대하여

Chapter 11 계속 그런 척하면 진짜 그렇게 되는 마법
Chapter 12 그 대단한 사랑을, 뚱뚱한 여자도 한다
Guest Essay ‘ 마음이 벌거벗는’ 섹스에 대하여

Chapter 13 그래도 여전히 내 몸이 끔찍한 날에는
역자 후기 세계 최저 비만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참고자료

댓글